본문 바로가기
문학/공포

미쓰다 신조의 「걷는 망자」를 읽고

by 모듬튀김 2024. 12. 29.
반응형

미쓰다 신조의 신작, <걷는 망자>(원작: 三津田信三, 歩く亡者 怪民研に於ける記録と推理)가 2024년 7월 출간되었고, 이제서야 겨우 다 읽고 후기를 남기게 되었다.

미쓰다 신조 - 걷는 망자 / 출처: 개인촬영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은 도쇼 아이라는 국문학과 1학년 학생이 도조 겐야 시리즈의 도조 겐야의 연구실, '괴이 민속학 연구실'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대학원생 덴큐 마히토에게 도조 겐야의 부탁을 받아 본인이 체험한 괴담과 도조 겐야가 수집한 괴담을 전달하고 논리적인 해답을 구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괴담 전달의 매개체인 도쇼 아이 -> 이를 논리적으로 추리하는 덴큐 마히토의 구조로, 일종의 안락의자 탐정물로도 볼 수 있다.

 

총 5개의 단편이 담겨 있는데, 사실 도조 겐야가 직접 덴큐 마히토에게 이 단편들을 전달해도 되는 것을 굳이 도쇼 아이에게 전달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지만, 덴큐 마히토가 일단 괴담을 겁내기 때문에 함께 읽어야 할 누군가가 있었야 한다는 점이 표면적인 이유가, 결국 덴큐 마히토의 추리를 독자에게 전달하려면 이야기를 전달할 매개체가 필요한 것이 작품의 구조적인 이유가 될 수 있겠다.

 

덴큐 마히토의 괴이에 대한 공포감 때문인지, 모든 괴이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 도조 겐야 시리즈와의 공통점이라 볼 수 있다. 도쇼 아이라는 괴이라는 여지를 남기는 캐릭터가 작품 내의 메인 캐릭터이긴 하지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과 덴큐 마히토 추리의 청자에 가까운 역할이 부각되어 있어 결말을 짓는 방식은 명확한 답을 내리는 추리소설에 가깝다.

각 작품에서 나오는 괴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때 인물들의 동기나 상황에 대한 설명은 나름 논리적이며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에 뒷받침되는 추리 트릭은 솔직히 상당히 허술한 편이다. 단편을 읽을 때 어느 정도 감수해야하는 문제라고 생각은 하지만, 솔직히 추리소설이라 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느낄 독자들이 많을 허술함이기 때문에, 트릭의 완성도를 중시하는 독자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언제나 말미에 괴이로 보일 수도 있는 여지를 남겨주기는 하지만 사건 해결의 논리적인 구성만 본다면 괴이 자체가 메인이 되는게 낫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이 작품에선 한자의 부수를 이용한 말장난이 많이 나오는데, 물론 번역본 + 우리가 일본인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어 독자가 스스로 알아채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번역 자체는 이를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잘 되어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더불어, 각각의 단편이 다른 단편과의 연관성을 갖지 않는 옴니버스식 구성이기 때문에 가볍게 읽기에는 더할 나위없이 좋다.

 

장르소설에서 대체재를 찾기 힘든 민속학 + 호러 + 미스터리 장르를 집필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꾸준히 작품을 접하겠지만, 솔직히 좀 아쉬운 작품이었다. 미쓰다 신조의 작품 중에서는 가장 완성도 높고 흥미롭다고 생각한 도조 겐야 시리즈의 구조와 비슷한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은 나름 장점이었지만, 단편일뿐더러 도조 겐야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책이기에 그 갈증을 채우기에는 부족했지만, 빈 시간이 날 때 가볍게 읽기에는 괜찮은 작품이었다. 위 작품은 재밌게도, 도조 겐야뿐만 아니라 현재는 절판된 사상학 탐정 시리즈(대절판잔치... ㅠㅠ)의 세계관과 이어지는 내용도 아주 조금! 있으니 궁금한 독자는 언젠가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별점 기준

★★★★★ 장르에 대한 혐오가 없다면 필독

★★★★☆ 장르에 대한 혐오가 없다면 추천

★★★☆☆ 작가 혹은 장르의 팬이라면 추천

★★☆☆☆ 작가의 팬이라면 읽어볼만 함

★☆☆☆☆ 비추천

반응형